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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지리 - 경계에서 권역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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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명의 국내 저자가 9년 연구 끝에 내놓은 <세계지리-경계에서 권역을 보다>

 

 

 

  

통합되는 세계, 어느 때보다 절실한 ‘지리적 배경지식’

지난 1월 초, 프랑스 파리에 소재한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본사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있었다. 이슬람 원리주의 성향 테러리스트의 소행으로, 이로 인해 편집장 스테판 샤르보니에 포함 열두 명이 사망하고 여덟 명이 부상당했다. 이번 테러는 이 주간지가 무함마드를 풍자하는 만화를 싣는 등 이슬람을 희화화한 것을 원인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종교적 성격의 테러로 보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프랑스에서 하위 계층을 형성하고 있는 무슬림 이주민들이 느낀 소외감과 사회적 불만의 표출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프랑스 빌스 총리는 최근의 파리 연쇄 테러는 이민자 통합 정책의 실패의 증거라고 인정하며 차별 해소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왜 하필 프랑스일까? 현재 프랑스는 이슬람계 이주민이 전체 인구의 약 5~10퍼센트로, 서유럽에서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다. 이유로는 우선 프랑스가 무슬림이 지배적 종교인 북부 아프리카와 가깝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알제리에서 지중해만 건너면 바로 프랑스라는 지리적 사실은 북부 아프리카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프랑스로 가는 이유 중 하나로 작용했을 것이다. 또한 프랑스의 옛 식민지였던 알제리, 모로코, 튀지니 출신 이민자들이 가장 많다는 사실로 보아 식민지배 역사와도 연결시켜 볼 수 있다. 그밖에 공공장소에서 히잡 등 이슬람식 베일 착용 규제에 대한 반발과 세계 곳곳에서 제기되는 다문화주의 실패론에서도 이러한 배경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이번 사건은 단순히 과격 종교단체의 테러로 보기 전에 지리, 역사, 정치적 요소를 통합해 분석하는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전 세계 인문 사회 역사 경제를 아우르는

세계지리 교과서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

 

세계는 5대양 6대주가 아니다: 10대 권역의 재구성

주변부를 조명하다: 경계 지역의 새로운 발견

지식의 조각을 모으다: 지리 정보부터 현재 이슈까지

 

<샤를리 에브도> 본사 총기난사 사건의 경우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세계지리도 자연지리 외적인 요소까지 통합적으로 바라봐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그러나 지리와 인간 사회, 역사, 정치 및 경제와의 연결 고리를 넓고 체계적으로 서술하는 세계지리 개론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또한 국내에 소개된 세계지리 번역서들은 필연적으로 서구적 관점을 담고 있어, 우리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한 세계가 어떠한지 알기 어려웠다. 이러한 한계점들을 인지하고 있던 세계지리 분야의 국내 권위자들이 기존의 세계지리를 연구?분석하고 재구성했다.

 

분량은 760페이지. 9년이 걸린 대작답게 외관도 묵직하다. 국내 저자가 아동?청소년용이 아닌 대학교 이상 수준의 내용을 담아 만든 최초의 종합 세계지리 교과서다. 저자들의 약력을 보면 경인교대, 서울교대, 한국교원대, 고려대 등에서 강의한 경력과, 영재고등학교를 비롯한 고등학교 교사 및 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위원의 이름도 보인다. 현장을 잘 아는 전문가들이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세계지리에 특화되어 서술된 지형과 기후 등의 자연지리, 지리 개념에 대한 총론적 고찰, 시대에 따라 달라진 고지도 소개 등은 기존 세계지리 번역서들과도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본문으로 들어가 구성상의 특징을 세 가지 짚어본다.

 

세계는 5대양 6대주가 아니다: 10대 권역의 재구성

세계가 5대양 6대주(아시아, 유럽,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로 이루어졌다는 건 초등학교 사회시간에 습득한 지식이다. 그러나 이는 세계를 구분하는 여러 관점 중 하나이며, 프랑스인들은 5대주로 보기도 하고(오륜기의 다섯 개 원은 이 다섯 대륙을 상징한다) 남극을 새로운 외쿠메네(사람이 살 수 있는 곳)로 본다면 7대주로 나눌 수도 있다. 이렇듯 세계의 구분은 나름의 관점을 담은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이는 각각의 권역으로 불린다. 보통 세계지리에서는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 세계를 대략 10개의 권역으로 설정한다. 이 책에서도 기존 권

역 구분 방식에 따라 10개 권역으로 나누어 구성했지만, 이 체제 설정이

가변적임을 설명하고 5개의 경계 지역을 추가함으로써 대안적 시각을 제공한다.

 

이렇게 설정된 권역은 일정 주제에 맞춰 일목요연하게 정리된다. 흔히 세계지리라고 하면 ‘어떤 나라가 어디에 있고 수도는 어디인지, 지형은 어떠한지 인구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정도를 기대하지만, 이 책에서는 지형과 기후를 바탕으로 한 인간 생활, 거주와 영토 확장의 역사지리, 정치지리, 자원 분포 및 산업과 환경 문제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 지역의 다양한 요소들을 포함한다. 기후와 지리적 환경은 그곳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정치 체제 및 역사에 영향을 주고, 저자들은 이 연결 고리를 생생히 보여준다.

 

기후와 관련된 역사적 사건을 하나 짚어보자. 인도가 속해 있는 남부아시아는 열대 몬순 기후지역에 속해, 1년 중 3~5개월만 비가 오고 나머지 기간은 건기이다. 특히 인도는 여름철 강수가 그 해 강수량의 거의 전부이기 때문에 긴 건기 동안 가뭄과 싸워야 한다. 따라서 옛날부터 인도 사람들은 이에 대처하기 위해 수천 개의 우물을 만들어 긴 건기를 났다. 문제는 영국이 인도를 식민지화한 후 이 우물을 전부 폐쇄해버리며 생겼다. 인도 사람들이 우물에서 빨래하고 마실 물을 긷는 것이 지저분하다고 생각한 영국인들이 물 공급을 위해 5만 킬로미터가 넘는 수로를 건설한 것이다. 그러나 비가 오지 않는 건기 동안 수로의 물이 우물물보다 훨씬 더 오염되었고, 이로 인해 말라리아 등 전염병이 퍼졌다. 때마침 가뭄이 겹쳐 수많은 사람들이 죽게 되면서 반 영국적 분위기가 커져 갔고,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인도인 병사들의 반란으로 영국의 인도 식민지 지배력에도 영향을 미쳤다.

 

저자들은 정치 쪽으로 시선을 돌려 아랍의 민주화 운동도 바라본다. 아랍은 민족, 이슬람은 종교, 그리고 민주화는 정치적 개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 이곳의 혼란은 이 세 가지 요소가 이 지역 사람들에게 잘 융합되어 스며들지 못한 데서 기인한다. 이 지역 통일 국가는 대부분 혈

통이 아닌 언어와 신앙에 중점을 두고 구성되었다. 따라서 국가 내 민족적 구심점이 강하지 않아 늘 분열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고, 특정 부족이나 왕정이 독재 정치를 일삼아 시민들의 불만이 높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과 청년층 일자리 부족으로 쌓여온 불만과 비이슬람 세계와의 문화 접촉 및 SNS의 활발한 이용이 맞물려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가 일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3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시리아 내전은 좀 더 복잡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 또한 본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변부를 조명하다: 경계 지역의 새로운 발견

앞서 말했던 것처럼, 세계지리에서는 보통 세계를 10개 정도의 권역으로 설정한다. 그러나 이는 주인공으로 군림하는 ‘힘 있는’ 국가를 중심으로 한 방식이며, 각 주인공 사이에서 어디에 속해야 할지 애매하게 낀 곳들이 존재한다. 이 책은 애매한 지역들, 바로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사이 카리브 해 섬들, 유럽과 아프리카의 경계 지중해 지역, 지중해와 중앙아시아 지역 사이 캅카스 국가들, 동부아시아와 서남아시아 사이 중앙아시아, 새로운 공간으로 부상하는 북극해와 남극대륙을 중심에 놓고 다시 조명한다. 바로 이 책이 경계라 부르는 지역이다.

 

“대륙 중심의 권역 구분과 그에 근거한 세계지리의 전개 방식은 어디까지나 ‘메타 지역(metaregions)으로서의 대륙’ 개념에 기초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그것은 그 누군가의 관점을 대변하는 것이고, 누군가의 이데올로기를 지향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 저자들은 그렇게 권역 중심으로 된 기존의 세계지리 틀의 한계를 벗어나 이제는 대안적 시선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습니다??????궁극적으로는, 고정적 권역 중심의 우리의 스키마(schema)를 해체적으로 재구성해보자는 의도가 있습니다. 권역과 경계의 호혜적 관계를 적극 활용하는 이 같은 형식의 세계지리는 이 책이 나오기 전까지 국내외에서 아직 시도된 적이 없습니다. 이렇게 재구성된 세계지리는, 국가 정체성과 문화 다양성이라는 양면 가치를 한 바구니 안에 담아낼 수 있는, 세계지리의 보다 진보된 형식이며 교육적으로 좀더 유용한 접근 방법이 될 것이라 생각해봅니다.” (책을 펴내며 중)

 

바로 이 경계들에 대한 조명이 이 책이 세계지리의 새로운 캐논으로 제시한 부분이다. 국가, 민족, 종교를 초월해 가까운 지역에서 교류하며 독특한 문화를 공유한 경계들을 들여다보는 것은 흥미로운 시도다. 이 중 카리브 해 섬들의 크레올(Creol) 문화 소개를 보자. 이곳 플랜테이션 노동력으로 아프리카에서 흑인들이 강제 이주되었고, 이에 따라 이 지역은 다양한 언어와 종교, 관습이 공존하는 혼합 문화 특성을 갖게 되었다. 이곳에서는 아침에 가톨릭 미사에 가고 밤에는 흑인 점쟁이에게 점을 보는 일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예수가 무당, 마술사와 함께 존재하는 식의 개별 정체성 자체를 인정하는 것이다. 이 지역 지식인들이 만든 신조어인 다양성(diversite)과 보편성(universalite)을 합성한 디베르살리테(diversalite, 다양보편성)에서도 이러한 특징을 엿볼 수 있다.

 

유럽과 아프리카 대륙 사이 지중해 지역도 찾아볼만 하다. 리비아, 튀니지, 알제리 등 아프리카 북서부 일대는 ‘해가 지는 곳’이라는 뜻의 마브레브로 불린다. 이곳은 아프리카 대륙에 속하지만 역사적으로 다민족?다문화의 성격을 지니고 프랑스의 식민지를 경험하여 프랑스 어권 지역으로 구분된다. 이러한 경계적 특성이 이 지역 출신 예술가들의 작품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관점도 있다. 소설 <이방인>의 저자 알베르 카뮈는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의 수도 알제 출신인데, 자신이 완전한 프랑스 인으로 인정받지 못한 것에 대한 공허함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프랑스의 이방인으로 느꼈던 공허함과 지중해 주변에서 자라며 태양과 바다를 사랑했던 카뮈의 태도가 <이방인>이라는 작품을 쓸 수 있게 한 원동력으로 보는 시선도 무리는 아니다.

 

지식의 조각을 모으다: 지리 정보부터 현재 이슈까지

세계지리에서는 중요한 지리 정보이지만 맥락상 따로 카테고리를 할애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저자들은 이를 위해 ‘이슈’와 ‘지리스토리’ 코너를 두어 성실히 챙겼다. 우선 최근 이슈들을 적지 않게 다뤘다. 세계 곳곳에서 제기되는 ‘다문화주의 실패론’의 현 상황을 “인간은 편견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한 호주 법무장관의 발언과 함께 생생히 보여주고, 유럽 각국에서 일고 있는 분리 독립 운동의 배경도 다룬다. “남아메리카 국가들의 국기는 왜 색깔이 서로 비슷할까?”, “다른 나라의 세계지도에 현재 동해 표기가 어떻게 되고 있을까?” 하는 질문부터, 서구 열강의 동남아시아 식민지배 때 타이(태국)가 독립국 지위를 지킬 수 있었던 전략과 이와 관련된 영화 <애나 앤드 더 킹> 소개에 이르기까지, 지역별로 흥미로운 내용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교과서를 넘어 현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교양서

전체적으로 균형 잡히게 잘 짜인 체제는 앞으로 세계지리에서 새로운 형식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편집상 세심한 배려들도 눈에 띈다. 전도와 주제도 등 250컷이 넘는 지도는 지명이 모두 한국어로 되어 있고, 색을 식별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독자를 위해 여러 색이 쓰인 지도에는 알파벳 기호를 추가했다. 상세한 설명과 함께 사진이 풍부하게 제시되고 용어해설도 꼼꼼히 되어 있어 일반 지리교양서로 읽기에도 어렵지 않다. 세계 각국의 주요 정보를 담은 통계표와 세계지리 용어집이 맨 뒤에 배치되었다.

차례만 10페이지에 달하는 대작이다. 협소한 정보의 나열을 지양하고 체계적으로 정리된 이 책은, 대학생과 교사 및 사회과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세계지리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들에게도 유용한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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