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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장원제와 봉건적 부역노동제도의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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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장원제와 봉건적 부역노동제도의 형성





서양 중세를 이해하는 키워드, 고전장원제

 

고전장원제는 서양 중세사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개념이다. 왕과 가신의 특수한 예속적 관계나, 이를 전제로 한 서양 중세만의 특수한 정치?경제적 구조 모두 중세의 토지경영 체제인 고전장원제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요성만큼이나 학계에서는 고전장원제에 대한 연구가 끊임없이 진행되어 왔다. 고전장원제에 대한 초기 연구가 중세 서유럽의 농촌경제를 고전장원제 개념으로 획일화했다는 문제의식 아래, 최근 20년 동안의 연구는 이러한 관점을 비판하면서 고전장원제의 형성 시기 및 형성 범위 등을 좀 더 정확하게 정립하는 데 초점이 모아졌다.

신간 ?고전장원제와 봉건적 부역노동제도의 형성?은 이러한 학계의 흐름을 반영하여 고전장원제 개념을 형성부터 면밀히 고찰한다. 특히 고전장원제도의 형성을 시기, 범위 등 구체적인 면에서 살피고, 그 과정에서 부역노동제도의 중요성을 새롭게 부각시켜 여태껏 고전장원제 연구에서 간과되었던 부분을 밝힌다.

 

 

토지제도가 먼저인가, 노동제도가 먼저인가

 

고전장원제란, 영주의 대토지를 영주직영지와 농민보유지로 나누어 직영지를 예속농민의 부역노동으로 경작하는 체제, 곧 지대를 노동지대로 지불하는 장원체제를 가리킨다. 고전장원제에 대한 선행 연구는 국내뿐 아니라 서양학계에서조차 이제껏 단순 토지경영 체제에 대한 연구로 전개되었다. 이에 따르면, 영주직영지와 농민보유지로 이분된 토지제도가 있었고 영주들이 이렇게 나뉜 토지를 경영하기 위하여 농민을 동원하는 봉건적 부역노동제도가 형성되었다. 토지제도가 먼저 형성되고 이에 맞춰진 봉건적 부역노동제도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영주의 부역노동 사용, 즉 노동제도는 토지경영 체제가 형성되는 과정에 처음부터 한 요소로서 작용했다고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영주가 토지를 소유하지 못한 농민들의 노동을 무보수의 강제노동으로 이용하기 위해서 최소한 그들에게 생계유지와 노동력 재생산용으로서의 작은 토지를 분배해 준 것이 고전장원제 토지제도의 근간을 이룬다는 것이다. 물론 토지제도와 노동제도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상호 영향의 선후를 단언할 수는 없지만, 저자는 최소한 노동제도가 토지제도의 결과로만 여겨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책의 구성 역시 이러한 저자의 관점을 반영한다. 보통 봉건적 부역노동제도가 고전장원제 형성의 하위 항목으로 제시되는 다른 연구서들과는 달리, 1부에서는 토지제도로서의 고전장원제의 형성을, 2부에서 봉건적 부역노동제도를 중심으로 논지를 전개한다. 고전장원제 형성에 있어서 노동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영주권의 성립과 노동제도에 주목, 그 영향력을 분석하고자 하는 시선은 서양 학계의 연구에서조차 소홀한 부분으로,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다.

 

 

40년간의 연구 - 원사료를 중심으로

 

학계에서 고전장원제 개념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하기 위해 끊임없이 제기되는 비판적 이론은 대다수가 서양 학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실정이다. 우리나라 학계와 학생들이 서양 학계의 동향을 즉각적으로 반영하기에는 언어 및 지역적인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특히 서양 중세 초기의 역사는 저자 스스로 우리나라에서 미개척 분야로 언급할 정도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전장원제와 봉건적 부역노동제도의 형성?은 특히 한국의 학계와 연구자들에게 고전장원제를 좀 더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학문적 바탕을 제공한다.

저자는 한국의 학자로서 서양 학계의 자료를 쉽사리 입수하지 못하는 현실을 인식하고, 원사료에 충실한다는 원칙을 세워 이를 지키려 노력했다. 서양, 그것도 서양 중세의 원사료를 입수하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40여 년간 고전장원제의 형성이라는 한 주제를 깊게 연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를 증명하듯이 책의 곳곳에는 원사료에서 가져온 인용문과 데이터가 제시되어 있다. 원사료를 입수하는 데 한계가 있는 우리나라의 학계 및 연구자들에게는 이 책 자체가 중요한 참고문헌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긴 시간에 걸쳐 원사료를 꾸준히 분석, 반영하여 얻은 방대한 결과를 통해 저자는 서양 학계의 연구결과에 휘둘리지 않고 저자만의 관점을 정립할 수 있었다. 원사료에서 분석해낼 수 있는 것만을 다루다보니 서양 학계의 최신 이론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서양 학계의 연구에서조차 소홀했던 부분인 노동제도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해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이론을 전개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고전장원제와 봉건적 부역노동제도의 형성?은 한국의 학계와 연구자들에게 미개척 분야인 서양 중세에 관해 오랫동안 번역 및 논문에 힘써 온 저자가 낸 첫 번째 책이다. 이 책은 기본에 충실함과 동시에 새로운 관점을 담은 책으로 고전장원제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앞으로의 중세 서유럽 연구에 밑바탕이 될 수 있는 지식을 제공할 것이다.

 

 

지은이

 

이기영

서울대학교 역사교육학과 졸업. 동 대학원 서양사학과 석사 및 박사 과정 수료(문학박사).

1983년부터 동아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재직. 몇 차례 프랑스, 독일, 미국 등지의 여러 대학과 도서관에서 서양 중세사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며 연구했다.

주로 서양 중세 전기의 봉건사회 구조와 그 형성에 관심을 갖고 연구해 왔으며, 이에 관한 수십 편의 논문이 있다. 번역서로는 B. 슬리허 반 바트 저술의 《서유럽농업사 500-1850》(까치, 1999), M. 블로크의 《서양의 장원제-프랑스와 영국의 장원제에 대한 비교사적 고찰-》(까치, 2002)과 《프랑스 농촌사의 기본성격》(나남, 2007), 장원 관련 고문서인 《생제르맹데프레 수도원의 영지명세장》(한국문화사, 2014)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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